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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워닝* 촉수, 강압적인 관계 등, 원작을 무시한 설정이 다수 등장합니다.
위 소재가 불편하지 않으신 분들께서만 구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성인본이므로 신분증 확인합니다!
밤의 궤적 [요슈아X에스텔]
19세미만구독불가 / A5 90p 예정 / 떡제본 / 10,000원
written by. 렙 / no one / HL
cover illustration by. elemental
그리고 그 후에 by. 렙
축축한 공기가 어깨 위를 무겁게 짓누르며 음산한 기운을 퍼트렸다. 자욱하게 퍼진 안개 탓에 미스트발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 치 앞을 보기 힘들었다. 에스텔과 요슈아는 빽빽하게 들어선 거대한 나무들 사이, 그늘진 구석에 피어난 베아크로즈를 모아서 가방에 담았다.
“여긴 여전히 유령이 나올 듯한 분위기네. 그러고 보니 목 없는 여자가 돌아다닌다던 괴담도 여기에서….”
“그, 그런 소리하지 마. 세상에 유령이 어디 있다고 그래!”
벌떡 일어난 에스텔이 요슈아를 빠르게 앞질러 걸었다. 허세를 부려도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 이런 면도 여전히 귀여웠다. 요슈아가 에스텔의 팔을 잡았다.
“에스텔, 천천히 걸어. 그러다 넘어져.”
“코흘리개 시절부터 돌아다니던 곳인데 넘어질 리가… 어어?!”
말하는 것과 동시에 굵은 나무뿌리에 발등이 걸린 에스텔이 앞으로 쓰러졌다. 바닥에 넘어지며 부딪힌 무릎이 시큰거렸다.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는데. 에스텔은 살짝 풀이 죽었다. 요슈아에게 나는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의지해도 될만큼 강하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지, 중요한 건 앞으로니까. 요슈아는 그녀를 믿어주겠다고 했고 그녀의 옆에 있기로 했다. 에스텔은 요슈아가 내민 손을 잡고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아야…”
“그러게 조심하라고 했잖아.”
“안개 때문에 앞이 잘 안보이는 걸. 어, 이건 뭐지…?”
안개 너머로 이때까지 보았던 어떤 나무보다도 큰 거대한 나무가 에스텔의 앞에 있었다. 평범한 나무와 다르게, 짙은 녹색 덩굴들이 얼키설키 늘어진 나무는 길게 늘어진 사람의 젖은 머리칼을 연상시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빴다. 에스텔이 걸려 넘어졌던 나무뿌리도 그 나무에서 뻗어져 나온 뿌리 중 하나였다.
“우와, 기분 나쁘게 생겼어.”
울퉁불퉁한 껍질로 뒤덮인 뿌리는 힘줄이 불거진 사람의 피부와 비슷하게 생겼다. 발끝으로 뿌리를 툭툭 건드리던 에스텔이 숨을 들이켜며 뒤로 물러섰다. 기분 나쁘게 생겼다고만 생각했던 뿌리가 꿈틀거리며 지면 위로 튀어나왔다. 몬스터 도감에서도 본 적이 없는 커다란 식물형 몬스터임이 분명했다. 길게 늘어져 있던 덩굴들이 에스텔을 향해 순식간에 뻗어왔다.
Never by. no one
*TC 이후 수 년이 흐른 후라는 설정입니다.*
두 사람이 그레이스 자치주 돌체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한창 축제 준비로 바빴다. 연이며 목마를 안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달려갔다. 그런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축제인가? 무슨 축제일까?”
축제라는 단어만으로도 에스텔의 가슴이 설렜다. 들뜬 그녀와 달리 요슈아는 차분했다.
“글쎄. 그레이스 자치주는 나도 처음 와 봐서 아는 게 별로 없어.”
“흐음. 일단 길드에 가보자.”
에스텔은 손에 든 주머니를 허공에 던졌다가 다시 낚아챘다. 주머니 안에는 도력 전화기의 교체 부품이 들어 있었다. 돌체 마을 유격사 길드로 전해달라는 의뢰품이었다. 요슈아가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에스텔.”
낮은 목소리에 에스텔이 목을 움츠렸다. 그녀는 얼른 주머니를 가방에 넣었다.
“알았어, 알았어. 의뢰품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말이지? 자, 여기 소중하게 간수했어요. 됐지?”
에스텔이 웃자 요슈아도 빙그레 미소 지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사이로 조금 더 걷자 길드 사무소가 나타났다. 요슈아가 인기척을 냈다.
“안녕하세요.”
카운터 뒤에는 화려한 금발을 아무렇게나 흐트러트린 여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가 헐떡이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에스텔은 쾌활하게 대답하고 게시판을 둘러보았다. 게시판에는 의뢰가 잔뜩 쌓여 있었다. 대부분 축제와 관련된 일이었다.
마침내 서류 정리를 끝낸 여자가 카운터로 몸을 돌렸다. 미끄러진 안경을 올리며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 의뢰인?”
“저희는 유격사입니다. 스몰우드 유격사 협회에서 돌체 협회로 전해달라는 물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요슈아의 차분한 대답에 돌체 길드 담당자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상기된 뺨에 미소를 지으며 두 유격사를 맞았다.
“엘빈에게서 전화 받았어요. 드디어 도력 전화기를 고칠 수 있게 됐네요! 아, 정말 너무 너무 바쁜데, 도력 전화기는 자꾸 고장나서.”
길드 담당자의 말은 도력 전화기에서 나는 소음에 끊겼다. 고막을 긁어내리는 듯한 신호음에 세 사람은 귀를 막았다. 담당자가 여기를 누르고 저기를 치자 그쳤다. 금발 담당자가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렇게요. 거기에 시장님은 절 들볶지, 유일한 유격사는 배달 임무에 자리를 비웠지……. 그래서 A급 유격사가 둘이나 온다는 소식에 무척 기뻤죠! 물론 도력 전화기 부품도 반가웠고요.”
에스텔이 건넨 부품을 받으며 담당자가 생긋거렸다.
“고마워요. 바로 떠나가실 건 아니죠? 보시다시피 지금 한창 축제 준비 중이라 일손이 많이 모자라요. 저희를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요슈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희는 의뢰품을 전달하러 온 것뿐입니다.”
“그러면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이에요?”
돌체 길드 담당자의 눈꼬리가 축 처졌다. 에스텔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어차피 우리는 바쁘지도 않은걸. 여기서 일도 도와드리고 축제도 구경하는 게 어때, 요슈아?”
“그렇게 축제가 보고 싶어?”
정곡을 찌르는 요슈아의 말에 에스텔이 혀를 내밀었다.
“헤헤, 요슈아는 날 너무 잘 안단 말이야.”
요슈아는 한숨 대신 미소를 지었다. 무심코 에스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고 했다. 그러나 길드 담당자가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았다.
초롱초롱 눈을 빛내던 담당자가 자기소개를 했다.
“전 레녹스 아인스가르트예요. 토레스 마을에 잘 오셨어요!”
에스텔과 요슈아는 유격사 인장이 새겨진 브레이서 수첩을 내밀었다. 레녹스는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토레스 마을 소속으로 변경했다. 그녀는 보충된 인력에 기뻐하며 두 사람에게 의뢰서를 내밀었다. 두 사람은 족히 10장은 넘어 보이는 의뢰서를 살폈다.
“‘토끼를 찾아주세요.’ 급하지는 않아.”
“왜 급하지 않아? 귀여운 토끼를 잃어버린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
에스텔의 반박에 요슈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말 그 의뢰가 다른 의뢰보다 더 급하다고 생각해?”
“아니…….”
시무룩한 에스텔을 보며 미소 지은 요슈아는 눈에 띄는 의뢰서 한 장을 보았다.
일식 by. HL
*요슈아가 브라이트가에 오지 않고 그대로 결사에서 자랐었다면, 이라는 if의 이야기입니다.*
"어서 오렴, 에스텔."
르 로클 훈련장에서의 훈련을 마치고 리벨 왕국으로 돌아온 에스텔과 아넬라스를 선착장에서 맞이한 건 뜻밖의 인물이었다. 장기간의 비행 탓에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 켜던 에스텔은 이름이 불리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은 에스텔은 놀라움과 기쁨에 눈을 빛내며 한달음에 그녀에게 달려갔다.
"셰라 언니! 마중 나와준 거야?"
"이번 정기선을 타고 도착한다고 크루츠가 연락을 줬거든. 그리고, 놀랍게도 나 혼자가 아니란다."
셰라자드가 가리킨 인물을 보자 에스텔과 아넬라스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애거트 선배, 대체 무슨 일이에요? 선배가 마중을 나와주시다니, 혹시 셰라자드 선배님께 약점이라도 잡히신 거예요?"
"넌 오랜만에 얼굴 보자마자 시비냐? 그냥 셰라자드가 볼 일이 있다기에 어차피 가는 길이 같아서 따라온 것뿐이야."
다다다 쏟아지는 아넬라스의 질문에 애거트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아넬라스는 불퉁한 표정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간 훈련의 성과를 그에게 자랑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웃음 띤 표정으로 바라보던 셰라자드가 에스텔을 향해 돌았다.
"자, 그럼 이제 가볼까, 에스텔?"
"가다니, 어딜?"
"그야 당연히 네 새 옷을 사러지!"
셰라자드의 말에 에스텔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출발하기 전에 세탁한 옷은 보풀이 일긴 했어도 크게 헤진 데 없이 깔끔해 보였다.
"하지만 옷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충분히 튼튼한걸?"
"얘는, 정유격사가 되었으면 그에 걸맞은 옷을 갖춰야지."
"하지만……."
"반론은 그만! 여동생을 예쁘게 꾸미는 것도 언니의 특권인걸. 그걸 지금 뺏을 셈이니?"
강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셰라자드를 차마 말리지 못하고 에스텔은 백화점까지 목줄 매인 강아지처럼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졸지에 말려든 애거트 또한 자기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 거냐며 불만을 터뜨렸지만, 세 여성 중 누구도 그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중략--
어느새 계산을 마친 셰라자드가 부르자, 에스텔은 곧 대답하고 종종걸음으로 그녀에게 뛰어갔다. 쇼핑을 기다리느라 지칠 대로 지쳐 보이는 애거트가 그녀가 다가오기 무섭게 백화점 문을 먼저 나섰다. 차마 새 옷에 대한 감상을 물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보폭 탓이었을까. 백화점을 나와 채 몇 걸음도 걷지 않아 에스텔은 모퉁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과 어깨를 부딪혔다. 그동안 한 훈련의 성과인지 다행히도 바닥에 놔 뒹구는 것은 피했지만, 그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헌 옷이 든 쇼핑백이 바닥에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다른데 정신을 팔다가……."
남자가 에스텔보다 한발 먼저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를 주워 담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 당황한 에스텔이 뒤늦게 그를 따라 쪼그려 앉으려고 했지만, 남자가 고개 들어 말렸다.
"무릎이 더러워집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지만…!"
에스텔이 제대로 반론할 기회도 없이 어렵지 않게 옷을 집어 든 남자가 주름이 지지 않도록 접어서 쇼핑백과 함께 에스텔에게 건넸다. 남자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익숙하지 않은 취급에 볼멘소리를 내려던 그녀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청년이라기보다는 소년에 더 가까울 정도로 얼굴선이 가는 남자였다. 나이는 얼추 그녀의 또래일까. 롤렌트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짙고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남자의 눈이었다. 눈동자 반대편까지 비쳐 보일 것 같은 영롱한 호박색의 눈동자. 야생동물을 연상케 하는 황색의 홍채는 분명 생소했지만, 에스텔은 이상하게도 그의 시선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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